인생은 여행길이라 24

부산행

고향 친구(구구회 회원) 7명이 부산에 놀러 가기로 한 날이다. 한 친구는 식구들과 고구마를 캐야 한다고 빠지고, 토요일 오전까지는 일을 해야 하는 친구도 있어 결국 오후 1시 반에 동대구역에서 6명이 무궁화 열차를 탔다. 부산역에 오랜만에 내려 보니 그 넓던 광장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세 정거장을 지나 바로 자갈치시장으로 가서 곰장어 구이를 안주로 우리는 우선 소주를 마셨다. 자갈치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활기가 넘친다. 단체 관광을 온 외국 손님들도 많았다. 우리는 멀리 갈 것도 없이 길 건너 국제시장 구경에 나섰다. 몇몇 친구와 나는 거기서 수입산 치간칫솔을 한두 다스씩 사고 두 친구는 가죽으로 만든 서류 가방을 샀다. 또 어떤 친구는 멋진 중절모자도 하나 샀다...

상해, 장가계

4월 14일 첫째 날. 오후 두시 반, 대구공항에서 아내와 내가 탄 상하이행 중국동방항공 여객기가 이륙했다. 12시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가 중국에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우리도 출발이 두 시간 이상 늦어진 것이다. 4박 5일 동안 상해를 거쳐 장가계를 여행하기로 여행사에 각각 신청하여 비행기를 함께 탄 일행은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8명이었다. 푸동 공항에 마중나온 연변 출신 현지 가이드와의 반가운 만남은 잠깐이었을 뿐, 저녁에 출발하기로 돼 있는 장가계행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되었다는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이유는 기상악화로 돼 있지만 그 어떤 설명도 없고 물어도 알려주지 않는 것이 중국이라는 나라라면서, 내일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그의 말이었다. 장가계를 포기하고 상해 관광이나 하는 ..

양평 용문사와 두물머리

어제 오후, 남양주 김원장한테 이부자리를 바꿔줘야 한다는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올라가다가, 서여주 IC로 나가 용문사에 잠깐 들렀다.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입장권(1인 2,500원)을 사 일주문을 지나자 울창한 숲길이었는데, 그 숲길 가에 물이 일정 구간씩 좌우 교대로 이어져 흐르게 만든 도랑이 인상적이었다. 절까지 20분 정도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동안 빠르게 흐르는 그 맑은 물살을 바라보며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천연기념물 30호인 용문사 은행나무는,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내가 본 나무 중에 가장 나이가 많고 큰 나무다. 1,100~1,500년으로 추정되는 나이에 가슴높이 둘레가 14m, 키가 42m가 넘는다고 한다. 아내가 법당에 들어가 절을 하는 동안 나는 대웅전 계단 옆의 불두화..

목포문학관과 김영랑 생가 탐방

어제는 대구 문인협회 회원들과 함께 목포쪽으로 문학 기행을 다녀왔다. 전국 문학관 탐방 제2코스인 목포 문학관과 강진의 김영랑 시인 생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에 시인학교 월요반 회원들과 함께 참가한 것이다. 앞으로 건립하게 될 대구 문학관이나 이상화 문학관의 위상과 유형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 설계에 문학인들의 생각을 반영해 보자는 취지의 행사였다. 그래서 건축 전문가도 동행하여 해설을 해주었다. 관광 버스를 타고 가면서 각자가 자기 소개를 하는 순서가 있었다. 시, 소설, 수필 분과 등에 속한 폭넓은 연령층의 회원들이 자기 소개를 하였는데, 노래를 곁들이는 이도 있었다. 나는 오래 전의 목포 여행에서 쓴 시 '목포행'을 낭송하였다. 목포시 용해동에 있는 목포 문학관은 지상 2층 건물로, 1층에 박화성..

여기는 백록담

한참동안 구름 걷히기를 기다린 끝에 눈앞에 드러난 백록담은, 그저께 밤부터 어제 아침까지 한라산에 200mm나 내린 비 덕분에 물이 많이 차 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저 아래쪽 산언저리와 바닷가엔 서너 번 다녀간 적은 있으나 여기까지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뒤늦게 소원 하나는 이룬 셈이다. 때마침 밤새 내리던 비도 아침에 그쳐 쾌적한 날씨다. 성판악에서 7시 반에 출발하여 5시간을 걸어 올라왔다. 올라오는 동안 정지용 시인의 오래된 시 을 생각했다. "絶頂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消耗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 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웃 내다본다. 花紋처럼 版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咸鏡道 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八月 한철엔 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