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남양주 김원장한테 이부자리를 바꿔줘야 한다는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올라가다가, 서여주 IC로 나가 용문사에 잠깐 들렀다.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입장권(1인 2,500원)을 사 일주문을 지나자 울창한 숲길이었는데, 그 숲길 가에 물이 일정 구간씩 좌우 교대로 이어져 흐르게 만든 도랑이 인상적이었다. 절까지 20분 정도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동안 빠르게 흐르는 그 맑은 물살을 바라보며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천연기념물 30호인 용문사 은행나무는,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내가 본 나무 중에 가장 나이가 많고 큰 나무다. 1,100~1,500년으로 추정되는 나이에 가슴높이 둘레가 14m, 키가 42m가 넘는다고 한다. 아내가 법당에 들어가 절을 하는 동안 나는 대웅전 계단 옆의 불두화나무 앞에 서 있었다. 봄에 피는 꽃이 입추가 지난 지금 만발해 있다니! (지금 이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다가 자세히 보니, 이파리 모양이 달라 불두화가 아닌 것 같다.)
혼자 사는 그 좁은 방을 오늘 아침에는 정리와 청소를 좀 해주고, 병원에서 챙겨주는 짱구의 먹이를 싣고(1.5+1.2kg)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가끔 옆을 지나다니기만 하고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양평 두물머리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먼저 양수리 전통시장 맞은편의 강가에 조성된 ‘세미원’이라는 정원에 입장하여(1인 5,000원) 넓은 늪에 가꾸어진 연밭을 둘러보았는데, 연꽃문화제 기간(6월 23일~8월 20일)의 막바지라서 연꽃은 드문드문 보일 뿐 익어가는 연밥만 많았다.
세미원에서 배다리를 건너가면 바로 TV에서만 보던 두물머리였는데, 다행히 별도의 입장료는 없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강물이 합쳐져서 아득히 서울쪽으로 흘러가는 그곳. 안개 낀 아침이나 비내리는 날, 아니면 저녁에 노을이 질 무렵에 왔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사진 몇 장 찍고 나와 양수리 시장 부근에서 갈비탕으로 늦은 점심 먹고, 휴가철인데다 주말이 겹쳐 길에 차가 많이 밀릴 것을 걱정하며 우리는 서둘러 양평 IC를 거쳐 대구로 돌아왔다.
가는 곳마다 별도의 입장료를 받는 건 우리가 이 세상에 올 때 입장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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