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33

내용 없는 아름다움과 형식 없는 평화의 시학 - 이민호

내용 없는 아름다움과 형식 없는 평화의 시학 ― 김종삼론 이민호 1. 서 론 문학은 충만을 꿈꾸지 않는다. 문학의 상상력은 결핍 이후에야 비로소 날개짓을 한다. 그것은 현실로부터 분리된 지향이며, 가공의 실존적 투사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시인의 상상력은 흉포와 와전을 거치며 고통에 가득 찬 탄생을 보게 된다. 이러한 언급은 1950년대 전후 시인의 시세계를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 특히 고통스런 한국의 현대사를 힘겹게 살다 간 김종삼 시인의 시세계를 탐구하는 상상력의 근거로 삼을 만 하다. 김종삼 시인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가 삶의 진리를 터득해 가는 도정에 이정표로 자리하고 있다. 그의 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성의 회복이다. 그의 시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가난과 인..

김종삼 2015.12.08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살다간 김종삼 - 장석주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살다간 김종삼 장석주 『십이음계』 한 늙고 추레한 노인이 가난한 산동네의 구멍가게에 들어온다. 무허가 집들이 들어찬 산 8번지의 한 구멍가게다. 그 동네에는 개백정도 살고, 상처한 복덕방 영감도 살고, 막노동꾼도 살고, 술집 나가는 아가씨도 산다. 과자 부스러기, 라면, 소주, 일용 잡화 몇 가지로 겨우 구색을 갖춘 코딱지만 한 구멍가게다. 마침 주인은 자리를 비우고 없다.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얼른 소주 두 병을 집어 든다. 밖으로 나온 노인은 구멍가게에서 훔친 소주 두 병을 옷 안에 꼭 숨긴 채 어디론가 허청허청 발걸음을 옮긴다. 그가 저 유명한 시집 『북치는 소년』의 시인 김종삼(金宗三, 1921~1984)임을 알아볼 이는 거의 없을 터. 나중에 소주 두 병 값을 갚긴 했으나..

김종삼 201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