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짱구가 아프다

공산(空山) 2017. 5. 10. 17:29

며칠 전 짱구는 밤새도록 서너 차례 간질성 발작을 했다. 몇 년 전에도 두어 번 발작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땐 쉽게 넘어갔었다. 강아지의 발작은 흔한 일이고 뾰족한 예방법이나 특효약이 없다고 해서 그냥 지내왔는데, 이번엔 나이가 많고 기력이 떨어진 탓인지 후유증이 심하다. 살이 빠져 허리는 더욱 가늘어졌고 온전하던 왼쪽 시력마져 많이 떨어져서 불러도 제대로 방향을 잡아 쳐다보지 못한다. 무엇보다 뇌성 경련이 잦아서 일어서다가 옆으로 자빠지곤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애처로운지.


경기도의 김 원장한테 짱구의 경련을 완화하는 처방이 없겠느냐고 하소연했더니, 제 친구가 운영하는 가까운 동물 병원에 전화해 두겠으니 가 보란다. 그래서 어제는 아내와 함께 짱구를 안고 그 병원에 가서 혈액 검사를 하고 엑스선 사진을 찍었다. 검사 결과는, 간 수치가 조금 높고 신장 기능이 약간 저하되어 있는데, 그 정도는 열네 살이라는 나이에 비해선 건강한 편이란다. 그리고 경련은 노환에 따른 증상일 수도 있다며 우선 완화하는 약 일주일 분을 처방해 주었다. 이 약이 듣지 않으면 일주일 후에 다른 약으로 바꿔 보잔다. 체중이래야 1.2Kg 밖에 되지 않아서 백색 가루로 된 약도 아주 적은 양이었다. 먹는 밥(사료) 외엔 고기도 먹지 않는 예민한 성격인 짱구에게 약을 먹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집에 와서 절구에 빻은 소량의 밥에다 약을 섞어 줬더니 예상 밖으로 잘 먹었다.


이틀째 12시간 마다 약을 먹고 있는 짱구. 지금은 경련이 멎고 밥도 제법 먹는 편이지만, 기운이 없어 비틀거리고 잠을 많이 잔다. 그렇게 잘 가리던 소변도 담요 위에서 그냥 싸 버리기도 하고, 전용 변기에 올려 주면 억지로 버티고 서서 오줌을 눈다. 아무래도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게 식구들을 따르고 반가워하고 발랄하고 애살있고 똑똑하던 짱구인데 이 세상에 와서 죄라곤 모르고 착하게만 살아온 짱구인데 아무쪼록 큰 고통 없이 여생을 살다 갔으면 좋겠다. 




오늘은 6월 5일, 짱구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김원장이 보내준 영양제(Activate)를 2주째 밥에 섞어 주고 있는데, 예전처럼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그런 대로 밥도 잘 먹는 편이고, 다시 전용 변기 위에 올라가서 대소변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제 저녁에는 내가 밖에서 돌아와서 현관문을 열자 신발장 앞까지 꼬리를 흔들며 마중도 나왔다. 그리고 오늘 저녁엔 앉아서 TV를 보는 내 무릎 위에도 스스로 올라와 안기는 것이었다! 전에는 식구들이 외출을 할 때나 낯선 사람이 오면 잘 짖었는데, 이젠 기운이 없어서 짓지는 못하고, 누워 있거나 자는 시간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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