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소나무 옮겨심기

공산(空山) 2017. 4. 7. 17:19

십 년쯤  전이었던가. 소나무에 심취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 나라 토종인 적송이라도 각 지역의 강우량이나 강설량, 기온, 지질에 따라 동북형, 금강형, 안강형, 중남부 고지형, 중남부 평지형, 위봉형 등으로 생태형이 각각 다르다는 것도 그때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모든 생물들이 다 그렇겠지만, 소나무도 자연 환경에 따라 오랜 세월에 걸쳐 유전자가 조금씩 변형된다는 것이다. 산에 다니면서 수형과 잎이 내 맘에 드는 소나무의 씨앗을 채취해서 텃밭 한 귀퉁이에다 파종을 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 소나무 씨가 발아를 하고 2년쯤 자랐을 때 50여 그루를  50cm 정도로 간격을 벌려 같은 밭에다 옮겨 심었었는데, 지금은 내 키보다도 훨씬 더 자랐다. 수세가 왕성해지면서 자리가 비좁아지다 보니 사이에서 말라 죽는 것도 생기기에 이르렀다. 저걸 다시 옮겨 심어야겠다고 몇 년 전부터 게으르게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오늘 시험 작업으로, 우선 일곱 그루를 솎아 내어 옮겨 심었다. 주로 삽을 사용해서 굵은 뿌리를 자르면서 둥글게 흙과 함께 떠서 옮겼다. 그저께 비가 제법 많이 내린 뒤라 땅이 질어 힘들었지만, 뜬 흙이 잘 부서지지 않는 이점은 있었다. 소나무는 뿌리에서 흙덩이가 부서져 떨어지면 살리기가 힘들어지니까. 시기가 좀 늦어서 새순이 가운뎃손가락 길이 만큼 자란 것도 있는데(소나무의 새순은 사람의 다섯 손가락을 많이 닮았다), 오늘따라 기온이 갑자기 올라 사름을 잘 할지 모르겠다. 3월 초순이나 중순에 했으면 좋았을 텐데.


뿌리를 흙과 함께 떠서 옮겨 심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심은 뒤의 관리도 잘 해야 된다. 무엇보다 뿌리가 흔들리지 않아야 사름을 잘 할수 있다. 대나무가 있으면 좋겠지만, 산에서 베어 온 가늘고 곧고 긴 잡목들을 나무들끼리 서로 연결하여 단단히 묶어 두었다. 욕심 같아선 저 빾빽한 소나무들을 다 옮기고 싶지만, 체력에 한계가 있고, 온갖 일들 때문에, 당장 저녁엔 옛 선배들과의 모임이 있어서, 오늘은 여기서 일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1주일 후, 4월 15일과 16일에 10그루를 더 옮겼다.)





'텃밭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짱구가 돌아갔다  (0) 2017.11.11
짱구가 아프다  (0) 2017.05.10
엄마가 보내 주신 풀꽃  (0) 2017.03.24
설을 알려 주는 보세란  (0) 2017.01.12
울산에서 온 맥주  (0) 2016.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