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귀국

공산(空山) 2016. 8. 11. 02:18

 8. 9. 화


새벽 2시경 천둥 번개가 요란해서 창밖을 보니 구름이 쏜살같이 남쪽으로 흐르고, 이윽고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미국 땅을 밟은 지 한 달 만에 처음 보는 비다. 비는 너덧 시간을 계속 내리는 듯했지만 워낙 마른땅에 내려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큰 흔적이 없었다.

 

아침에 우는 비둘기, 여기선 비둘기도 엑센트와 음색이 다르다.

 

 

 

 

 

 

 

8. 10. 수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우유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전날 챙겨둔 짐을 Dr. Kim의 차에 싣고 러벅 공항으로 향했다. 6시에 출발하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달라스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러벅 공항에서 작별한 Dr. Kim은, 서울서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십수 년을 혼자서 살아온 터라 이번에 한 달 동안이나 부모와 함께 지내느라 불편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날마다 여행 일정을 점검하고 많은 돈을 써가며 구경시켜 주고 함께해 주었다. 그 고맙고 대견한 효심을 어찌 잊겠는가.

 

비행기는 1시간을 날아 달라스-포트워스 공항에 착륙했다. 3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정신을 바짝 차려 국내선 비행기에서 내렸다. 3년 전, 일리노이의 샘페인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내렸을 땐 복도에서 짐을 내어 주었다. 우리는 그걸 모르고 곧바로 Luggage Claim으로 달려가 여행가방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캐나다 토론토행 비행기를 놓칠 뻔한 낭패를 보았었는데, 오늘은 창구에서 부친 큰 짐과 비행기를 타기 직전 복도에서 맡긴 작은 짐이 함께 Luggage Claim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국내선 비행기에서의 짐 찾기는 그래서 아직도 내겐 아리송한 일이다.

 

11시에 출발하는 인천행 비행기를 타려면 3시간 이상 남아 있었으므로 아무리 넓고 복잡한 공항이라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우선 D터미널로 가는 방법을 물어 청사 바깥으로 나가 셔틀버스를 탔는데, 친절하게도 운전 기사가 차에서 내려 무거운 짐을 실어 주었다. D터미널에 내려서 짐을 부치고 검색대를 통과한 다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우리는 위층으로 올라가 'Sky Link' 전철을 타고 A, B, C, D, E 터미널까지 한 바퀴 돌며 공항을 둘러보았다. 과연 북미 최대의 허브 공항답게 넓을 뿐만 아니라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쉴 새 없었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공항 크기에 비해 많지 않은 면세점을 구경하고, 햄버거와 콜라로 요기를 했다.

 

우리가 탄 인천행 AA비행기는 '연방 항공규정에 따른 기체 점검'이라며 2시간이나 늦게 이륙했다. 갈 때와는 달리, 비행기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북아메리카 대륙을 북쪽으로 종단하여 알래스카와 베링해를 건너서 사할린과 중국 상공을 날아 서해에서 인천으로 들어왔다. 이른바 북극항로다. 베링해 상공을 건널 때는, 1만5천 년쯤 전 아메리카 인디언의 조상들이 베링기아(Beringia) 언 땅을 건너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남하한 역사의 길을, 우리는 불과 십수 시간 만에 거슬러 돌아온다는 감상에 잠겼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서 한 10편쯤이라도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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