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달라스 여행

공산(空山) 2016. 8. 9. 01:28

어제는 20번 고속도로를 5시간 달려 달라스에 왔었다. 도시는 광활하지만 다운타운의 고층빌딩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폭염 속이라서 그런지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지도 않았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장소의 부근에 설치된 Memorial Plaza를 둘러보고, Pioneer Plaza에서 카우보이와 소들의 동상 구경, Nordstrom 등 백화점 구경. 

 
 

 

 

 

 

 

 

 

 

 

 

 

 

 

오늘 아침엔 달라스-포트워스 국제공항 부근의 쉐라톤 호텔 7층에서, 연달아 뜨고 내리는 비행기 소리에 잠을 깼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은 후 Bishop Arts District로 가서 잠시 고풍스럽고 예술적인 골목길을 둘러보며 사진찍고, 하루에 두번, 11시 반과 오후 4시에 열린다는 카우보이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Port Warth Stock Yards에 11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퍼레이드는 소 수십 마리와 말을 탄 늙은 카우보이 몇몇, 쌍두마차 한 대 정도의 규모였는데, 짧은 아스팔트 구간을 어슬렁거리며 지나가고 마는 모습이 실망스러웠지만, 몰려든 구경꾼들의 카우보이에 대한 향수를 엿볼 수 있었다. 텍사스에서도 이젠 이런 곳에서나 카우보이를 볼 수 있는가 보다.

 
러벅으로 돌아오다가 끝이 보이지 않는 목화밭 가에 차를 세워 두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목화는 어릴적에 엄마가 가꾸던 것 보다는 키가 작은 편이었고, 꽃은 이제 막 한두 개씩 피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의 아몬드밭과 포도밭도 그랬지만, 이곳의 목화밭에서도 도무지 농부나 강아지 그림자 하나 구경할 수가 없었다. 길이가 수백 미터가 되는 이동식 스프링클러만 저혼자 밭에다 물을 뿌리고 있을 뿐. 풍력발전기의 풍차들은 시원스레 돌아가고, 밭 가운데서 석유를 뽑아올리는 펌프도 저혼자 팔짓을 해대고 있을 뿐.
 
고속도로 갓길에 어지러이 흩어져 방치되어 있는 찢어진 타이어 조각들. 그것은 아마도 장거리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함일 것이다. 러벅에 도착한 저녁나절엔 Dr. Kim이 근무하게 될 학교를 다시 둘러보았다. 미국에서의 석박사 과정, 포닥 과정, 연구소에서의 짧은 기간의 직장생활을 거쳐 부임하게 된 이 학교를 그는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텍사스 목화밭

   김상동

 

 

   드넓은 캘리포니아 포도밭과 아몬드 밭을 떠나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사막을 몇 날 며칠 헤맨 뒤
   마침내 텍사스의 끝없는 목화밭 가운데 섰네
   비로소 사람 사는 곳에 온 것이구나!
   풍력 발전기 풍차들 시원스레 돌아가고
   석유 푸는 펌프는 쉼 없이 팔짓을 해대고
   키 작은 목화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네
   우리는 그것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인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목화 이랑과 지평선뿐
   밭을 가로질러 고속도로를 달리는 건 자동차들뿐
   파란 하늘에 떠도는 건 솜뭉치 구름들뿐
   저 혼자 물 뿌리고 있는 기다란 스프링클러 옆에도
   농부나 강아지 그림자 하나 얼씬거리지 않고
   그들의 발자국 하나 구경할 수 없었네
   하늘과 땅 사이엔 우리밖에 없었네

 

 

 

 

 

 

 

 

 

 

 

 

 

목화밭 너머로 풍력발전기도 보인다. 이렇게 넓은 밭에서 농부의 그림자도 하나 볼 수 없었다.
지평선에 보이는 건 유전에서 퍼 올린 석유를 운반하기 위한 유조 열차다.

 

 

 

 

 

 

 

 

맨 아래 네 장의 사진은 김교수가 나중에 가을의 목화밭 풍경과 함께 편집해서 보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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