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아파트 입주

공산(空山) 2016. 7. 31. 14:03

7. 29.

 

세들어 아파트를 잠시 안내원과 함께 구경했다. 프리몬트의 아파트 보다 넓고 깨끗해 보였다. 캘리포니아도 그랬지만 여기도 마당의 모든 나무와 잔디밭엔 스프링클러로 매일 아침 저녁에 물을 준다. 그렇게 힘들여 키운 나무의 그늘이라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불볕 더위에도 그 밑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니 신통하다.

 

하루 내내 부근의 가구점과 마트를 다니며 앞으로 사야할 책상, 의자, 소파, 침대 매트, 세탁기 등을 구경했.

 

 

 

 

 

7. 30.

 

오늘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날이다. 호텔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짐을 다시 차에다 싣고, 10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어제도 잠깐 봤지만, 깨끗하고 아담하게 단장된 단지다. 관리소에서 열쇠와 차에 붙일 출입문 센서를 받아, 자동으로 열리는 정문을 통과하여 들어갔다. 차고 셔터는 안에서 리모콘으로 열게 되어 있었다.

 

아파트 내부의 카펫은 깨끗이 청소 되어 있었고, 벽과 천정은 새로 페인트 칠이 되어 있었다. 20평쯤 되는 2층엔 거실과 부엌, , 욕실, 세탁실, 벽난로, 붙박이장들이 있고, 1층은 차고다. 월세가 850달러이고 TV시청료와 인터넷요금이 150달러란다. 거기에다 관리비까지, 달에 지출되는 비용이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모든 물가가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싸단다.

 

아파트에서 라면과 감자를 삶아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시내 가구점들을 또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Lowe's라는 마트에서 대패질이 된 원목 송판을 가격에 원하는 치수대로 잘라주는 것을 보고, 책상과 탁자는 우리 손으로 만들기로 했다. 원목 송판과 전동 드릴, 나사못, 샌드페퍼, 목재용 오일 등을 샀다. 오는 길에 월마트에 들러 쇠고기와 야채, 체리, 맥주 등을 사와서 오랜만에 집에서 직접 만든 한국식 저녁을 먹었다. 미국땅을 밟은 이래 날마다 여러 종류의 맥주는 마셔 봤지만, 이곳의 Ale 맥주는 Lager 일색인 우리 나라 맥주에 비해 맛이 좋다.

 

7. 31.

 

어제 마트에서 사서 재단해 온 원목 판자를 베란다에서 샌드페퍼로 문지르고 나사못을 박아 책상 상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제 함께 사온 목재용 오일(Danish Oil) 발라 광택도 내고, 별도로 사온 철재 다리를 붙이니, 훌륭한 원목 책상이 되었다.

 

8. 3.

 

프리몬트에서 부쳤던 이삿짐이 도착했다.

 

세 식구가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저녁에 밖으로 나가 Texas Roadhouse에서 저녁을 먹는데(수요일엔 스테이크 할인 이벤트가 있었다), 중년 백인이 우리 테이블에 와서 서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옛날에 의정부에서 미군으로 근무했었다며,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라고 찬사를 덧붙이고 간다. 그렇다, 이 황량한 벌판보다야 아름다운 나라임엔 틀림없다.

 

아파트로 돌아와서, 엄마사진을 지갑에서 꺼내어 거실의 높은 곳에 세워 두었다. 부모님이 지금까지 살아계셨더라면, 그래서 당신들이 그토록 사랑하던 손자가 사는 여기 함께 오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저 의젓한 모습을 보셨더라면, 그 드넓은 목화밭에 한번 서 보셨더라면...

 

 

더라면 타령

김상동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숨은 좀 차도
엄마가 아직 계셨더라면
아들, 며느리와 함께 비행기 타고
그토록 좋아하던 손자한테 오셨더라면

 

저 의젓한 모습 보셨더라면
손자가 모는 차 뒷좌석에 앉아
이곳 텍사스까지 오셨더라면
그 드넓은 목화밭에 한번 서 보셨더라면

 

텍사스 로드하우스 구석자리에 네 식구 앉아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잘라 드렸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지팡이 짚고
손자의 연구실에 구경 가셨더라면……

 

수첩 속 엄마의 사진과 눈을 맞추며
나는 더라면 타령을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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