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프리몬트

공산(空山) 2016. 7. 22. 13:54

7. 20.

 

저녁나절에 동네 부근의 호수 공원을 둘러보았다. 그 넓은 공원의 나무들 밑에도 모두 스프링클러가 연결되어 있었고, 보트를 싣고 즐기는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일 마을의 공원과 상점가를 둘러보았는데, 공원에는 사람들이 나와 있었으나, 상점들은 거의 다 일찍 문을 닫았고, 음식점과 술집만 군데 손님들로 있었다. 낮에 그렇게 햇볕이 따갑더니, 해가 진 저녁에는 가을 날씨처럼 서늘했다.

 

 

 

 

 

 

 

7. 21.

 

아파트 수영장 이름모를 아름드리 나무에 다람쥐들이 뻔질나게 오르내리며 노랗게 익은 열매를 따먹고 있었다. 애초에 다람쥐들을 생각해서 저 나무를 심었을까? 그랬다면 정말 세심한 배려다. 아버지를 생각했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자 마당 한쪽에다 지게 작대기만 한 감나무 한 그루를 새로 심으셨다고 한다. 나는 어릴적부터 그 감나무에 오르내리며 지금까지도 감을 따 먹고 있다.

 

출근했던 Dr. Kim 회사에서 점심시간 이벤트가 있다며 거기서 점심을 먹자고 차로 데리러 와서 우리는 함께 그곳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 나와서 음식들을 받고 있었고, 옆에선 초청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곳에는 몇 개의 회사가 모여 있는데, 가운데에 운영되는 식당에서 가끔 이런 이벤트를 열어 무료로 푸짐한 점심을 준단다. 구내 정원에 잘 가꾸어진 온갖 낯선 식물들.

 

Dr. Kim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어여쁜 아가씨를 우리 식탁에 초청했는데, 터키 출신이라고 했다. 일리노이에서 함께 학위를 받은 친구란다.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명랑해 보였다. You are very beautiful! 내가 서툰 영어로 한 마디 해줬더니 무척 즐거워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회사 탁구장에서 그녀와 아내가 함께 잠시 탁구를 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I hope to see you again. 인사를 해주고, 우리가 부근의 ROSS라는 대형 마트에 가서 구경하는 동안 Dr. Kim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근무를 한 다음 시경에 나왔다. 아내는 옷을 사고, 나는 길이가 다른 청동 파이프 다섯 개로 만들어진 낯선 모양의 풍경(風磬) 하나 샀다. 원가격 44.99달러, 세일가는 18.99달러. 시골집에서 바람이 연주해줄 그 맑은 소리를 생각했다.

 

우리는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 이삿짐 싣는 사람들이 짐을 포장하고 싣는 과정을 도와주었다. 이삿짐 운송 업체는 같은 지역으로 가는 여러 집의 짐을 모으기 위해 도착 날짜를 가능한 한 늦추려고 했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의 여행 일정이 있으므로 보름쯤 후에 짐이 도착할 수 있도록 요구하였다, 텍사스 러벅까지 운송비는 2,500달러라고 한다.

 

 

   나무 심은 분들을 생각함

   김상동

 

 

   프리몬트* 카사 아로요 아파트 앞
   이름 모를 아름드리 활엽수 한 그루
   노랗게 익은 열매를
   낯선 다람쥐들이 날마다 와서 따 먹고 있다
   

   내가 태어나자 아버지는
   감나무 한 그루를 마당 한쪽에 심으셨단다
   나는 저 다람쥐처럼 감나무에 오르내리며
   평생 동안 감을 따 먹고 있지
   

   까치와 직박구리들 날갯짓 소리
   지금쯤 그곳에 가득하겠다

 

 

 

   *프리몬트(Fremont) :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있는 도시.

 

 

 

 

 

 

 

 

'미국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 입주  (0) 2016.07.31
화석숲 국립공원, 텍사스  (0) 2016.07.29
후버댐, 그랜드캐년, 엔텔롭캐년  (0) 2016.07.27
요세미티  (0) 2016.07.25
샌프란시스코, 나파밸리, 산타크루즈  (0) 201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