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돌이동*
신대철
개 짖는 소리
사람 부르는 소리
노란 호박꽃 속에 잉잉거리는 마을
호박꽃술 묻히고 들어서면
어디든 문이 열렸습니다.
강남에서 온 제비는 문패 위에 벌써 둥지를 틀었군요. 한 배 불려 그 옆에 새 둥지를 트는군요. 개흙 바르고 지푸라기 물어 오고 흐르는 마음도 물어 가는군요.
우리는 무심히 강남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물길 따라 소나기 몰려가다 갑자기 사라지는 곳, 제비 날개에 무지개 걸리고 따발총 소리 울려오고 숨막혀오던 곳, 그 아득해진 곳에서 제비만 돌아와 있군요.
흰 구름 밑으로
우리도 돌아오는 중일까요
물소리 흔들며 흘러온 목소리들
아르방 다리 부근에서 잔잔해지고 있습니다.
* 물이 둥글게 육지를 휘감고 돌아나가는 곳. 예천 회룡포 마을이나 안동 하회 마을 같은 곳.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창비시선,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