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마지막 그분

공산(空山) 2016. 5. 29. 13:10

   마지막 그분
   신대철

 

    

   7부 능선에서
   개활지로 강가로 내려오던 밤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앞선 순서대로 이름 떠올리며
   일렬로 숨죽이며 헤쳐가던 길

 

   그분은 맨 끝에 매달려 왔다
   질퍽거리는 갈대숲에서
   몇번 수신호를 보내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깜깜한 어둠 속을 한동안 응시하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함께 가자 위협하지도 않고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작전에 돌입하기 직전
   손마디를 하나하나 맞추며
   수고스럽지만 하다가
   다시 만나겠지요 하던 그분
   숨소리 짜릿짜릿하던 그 순간에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을까
   그게 그분의 마지막 말일 수도 있는데
   나는 왜 가만히 듣고만 있었을까

 

   창 흔들리다 어두워지고
   천장에 달라붙은
   천둥 번개 물러가지 않는다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창비시선,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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