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시스 잠

食堂

공산(空山) 2016. 3. 8. 17:13

   食堂

                    아드리엥 플랑테 氏에게

 

 

   우리 집 식당에는 윤이 날 듯 말 듯한

   장농이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 大姑母들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할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은 것이다.

   그들의 추억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는 장농.

   그게 암 말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그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거기엔 또 나무로 된 뻐꾹 시계도 하나 있는데,

   왜 그런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난 그것에 그 까닭을 물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 부서져 버린 거겠지,

   태엽 속의 그 소리도.

   그냥 우리 돌아가신 할아버지들의 목소리처럼.

 

   또 거기엔 蜜蠟 냄새와 잼 냄새, 고기 냄새와 빵 냄새

   그리고 다 익은 배 냄새가 나는

   오래 된 찬장도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한테서 아무 것도 훔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충직한 하인이다.

 

   우리 집에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이

   왔지만, 아무도 이 조그만 영혼들이 있음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 나는 빙그레 웃는 것이다.

   방문객이 우리 집에 들어오며, 거기에 살고 있는 것이

   나 혼자인 듯 이렇게 말할 때에는

   ― 안녕하신지요, 잠氏?

 

 

   ― 「프랑시스 쟘 詩選」郭光秀 譯註, 民音社, 1975. 8. 20. 3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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