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修羅

공산(空山) 2016. 2. 13. 17:49

   修羅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날인 것을 나는 아무 생각없시 문밖으로 쓸어벌인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곧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벌이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설어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깨인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걸인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올으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벌이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곻은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벌이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맞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슳버한다

 

    

   ―「사슴」 193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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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修羅 - 아수라(阿修羅)의 준말

   가제 - 바로 금방

   싹기도 - 흥분이 가라앉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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