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統營

공산(空山) 2016. 2. 13. 17:55

   統營

   백석

  

 

   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뽕뽕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령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곳

   山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이라든 이 같고

   내가 들은 馬山 客主집의 어린 딸은 이라는 이 같고

 

   蘭이라는 이는 明井골에 산다든데

   明井골은 을 넘어 冬栢나무 푸르른 甘露 같은 물이 明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女人平安道서 오신 듯한데 동백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閑山島 바다에 뱃사공이 되여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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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당 - 고장. 고둥

   아개미 - 죽거미와 비슷하게 생긴 해산물, 통영에서는 이것으로 담근 젓갈이 유명함

   황화장사 - 황아장수. 온갖 잡살뱅이의 물건을 지고 집집이 찾아다니며 파는 사람

   돌각담 - 돌담

   오구작작 - 어린 아이들이 떠드는 모양

   녕 - 이엉손방아. 디딜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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