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ㅅ간
백석
달빛도 거지도 도적개도 모다 즐겁다
풍구재도 얼럭소도 쇠드랑볓도 모다 즐겁다
도적괭이 새끼락이 나고
살진 쪽제비 트는 기지게 길고
홰냥닭은 알을 낳고 소리치고
강아지는 겨를 먹고 오줌싸고
개들은 게뫃이고 씸지거리하고
놓여난 도야지 둥구재벼오고
송아지 잘도 놀고
까치 보해 짖고
신영길 말이 울고가고
장돌림 당나귀도 울고가고
대들보 우에 베틀도 채일도 토리개도 모도들 편안하니
구석구석 후치도 보십도 소시랑도 모도들 편안하니
―「조광」 2권 3호,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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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구재 : 풍구. 곡물로부터 쭉정이, 겨, 먼지 등을 제거하는 농구
쇠드랑볓 : 쇠스랑 형태의 창살로 들어오는 햇살
도적괭이 : 도둑고양이
새끼락 : 새끼 발가락
홰낭닭 : 홰에 올라 앉은 닭
홰 : 새장이나 닭장 속에 새나 닭이 앉도록 가로질로 놓은 막대
둥구재벼오고 : 둥구잽혀오고. 돼지가 손발 다 묶여 통채로 잡혀오고
보해 : 뻔질나게 계속해서. 잇달아 자주. 평북방언 ‘뽀보해’에서 온 말
신영길 : 신랑을 모시러 가는 행차
장돌림 : 각처의 장으로 돌면서 물건을 파는
토리개 - 씨아. 목화의 씨를 빼는 기구
후치 : 땅을 가는 데 쓰는 농기구. 쟁기와 비슷하나 쟁기술이 곧게 내려가고 보습 끝이 무디어 몸체가 빈약함.
보십 : 쟁기나 극젱이의 술바닥에 맞추는 삽모양의 쇳조각
소시랑 : 쇠스랑. 서너 개의 쇠발에 나무자루를 끼운 갈퀴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