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기분나쁜 아침 - 베르톨트 브레히트

공산(空山) 2016. 2. 6. 20:47

   기분나쁜 아침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곳* 어디에나 있는 아름다운 은백양나무가

   오늘은 늙은 마귀할멈처럼 보인다. 호수는

   구정물의 늪, 휘젓지 마시오!

   금어초(金魚草)들 사이의 푹시아 꽃은 값싸고 천박하게 보인다.

   왜?

   어젯밤 꿈에는 마치 문둥이를 손가락질하듯

   나를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들을 보았다.** 그것들은 일을 너무 해서 닳아빠지고 잘려져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 같으니라구! 죄의식 속에서

   나는 이렇게 소리쳤다.

 

 

   (1953년에 써서 1957년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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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2년 브레히트는 동베를린의 교외 부코브(Buckow)의 시골집에서 살았음.

   ** 1953617일 인민봉기 때 취한 자신의 불투명한 태도에 대하여 시인은 해소할 수 없는 죄의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