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

공산(空山) 2016. 2. 6. 20:39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베르톨트 브레히트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 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우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그것은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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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의 해협.

   ** 히틀러를 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