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 - 베르톨트 브레히트

공산(空山) 2016. 2. 6. 20:44

   살아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1944)

   --------------

   * 1941년에 쓴 사상자 명부라는 시에서 시인은, 모스크바에서 병사한 슈테핀(Margarete Steffin), 스페인 국경에서 자살한 벤야민(Walter Benjamin), 베를린 시대의 영화 감독 콕흐(Karl Koch) 등을 꼽았음.

 

   ― 김광규 옮김,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한마당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