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칠장이 히틀러의 노래 - 베르톨트 브레히트

공산(空山) 2016. 2. 6. 20:36

   칠장이 히틀러의 노래

   베르톨트 브레히트

 

 

   1

   칠장이 히틀러는

   말했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에게 일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리고 그는 갓 만든 회반죽을 한 통 가져와

   독일 집을 새로 칠했다네.

   모든 독일 집을 온통 새로 칠했다네.

 

   2

   칠장이 히틀러는

   말했네, 이 신축가옥은 곧 완공됩니다!

   그리고 구멍난 곳과 갈라진 곳과 빠개진 곳들

   모든 곳을 모조리 발라 버렸다네.

   모든 똥덩이를 온통 발라 버렸다네.

 

   3

   오 칠장이 히틀러여

   왜 자네는 벽돌장이가 되지 못했나? 자네의 집은

   회칠이 비를 맞으면

   그 속의 더러운 것들이 다시 드러난다네.

   그 똥뒷간 전체가 다시 드러난다네.

 

   4

   칠장이 히틀러는

   색깔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배운 바 없어

   그에게 정작 일할 기회가 주어지자

   모든 것을 잘못 칠해서 더럽혔다네.

   독일 전체를 온통 잘못 칠해서 더럽혔다네.

  

   (1933)

 

   ― 김광규 옮김,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한마당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