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공산(空山) 2016. 2. 4. 21:06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이용악

 

 

   나는 죄인처럼 수그리고

   너는 코끼리처럼 말이 없다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너의 언덕을 달리는 찻간에

   조고마한 자랑도 자유도 없이 앉았다

 

   아무것두 바라볼 수 없다만

   너의 가슴은 얼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안다

   다른 한 줄 너의 흐름이 쉬지 않고

   바다로 가야 할 곳으로 흘러내리고 있음을

 

   지금

   차는 차대로 달리고

   바람이 이리처럼 날뛰는 강 건너 벌판엔

   나의 젊은 넋이

   무엇인가 기다리는 듯 얼어붙은 듯 섰으니

   욕된 운명은 밤 우에 밤을 마련할 뿐

 

   잠들지 말라 우리의 강아

   오늘 밤도

   너의 가슴을 밟는 뭇 슬픔이 목마르고

   얼음길은 거칠다 길은 멀다

 

   길이 마음의 눈을 덮어줄

   검은 날개는 없느냐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북간도로 간다는 강원도치와 마주앉은

   나는 울 줄을 몰라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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