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창가에서(At a Window) - 칼 샌드버그

공산(空山) 2016. 1. 26. 22:24

   창가에서(At a Window)

   칼 샌드버그

 

 

   내게 굶주림을 주소서

   앉아서 세상에 명령을 내리시는

   오 그대 신들이여

   내게 굶주림과 고통과 결핍을 주소서,

   수치와 실패로

   당신들의 부와 명성의 문 밖으로 날 쫓으시고

   당신들의 가장 남루하고 지친 굶주림을 주소서!

 

   다만 내게 작은 사랑 하나,

   하루의 끝에서 말 건네는 목소리 하나

   어두운 방에서 어루만질 손길 하나 남겨두어

   오랜 외로움을 깨뜨리게 하소서.

   낮의 형상들이 해넘이를 흐릿하게 하는

   땅거미 질 무렵

   방황하는 서녘별 하나

   그림자 모습 변해가는 해변에 문득 나타날 때.

   창가로 가서

   그곳에서 황혼녘 낮 형상들을 보고

   작은 사랑 하나 다가오고 있음을

   기다려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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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샌드버그(Carl A. Sandburg, 1878-1967) 미국의 시인. 산업사회 속의 도시 노동자의 삶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링컨의 전기를 써서 퓰리쳐상을 받기도 했다. ―「첫 키스는 사과맛이야 2」다산북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