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서(At a Window)
칼 샌드버그
내게 굶주림을 주소서
앉아서 세상에 명령을 내리시는
오 그대 신들이여
내게 굶주림과 고통과 결핍을 주소서,
수치와 실패로
당신들의 부와 명성의 문 밖으로 날 쫓으시고
당신들의 가장 남루하고 지친 굶주림을 주소서!
다만 내게 작은 사랑 하나,
하루의 끝에서 말 건네는 목소리 하나
어두운 방에서 어루만질 손길 하나 남겨두어
오랜 외로움을 깨뜨리게 하소서.
낮의 형상들이 해넘이를 흐릿하게 하는
땅거미 질 무렵
방황하는 서녘별 하나
그림자 모습 변해가는 해변에 문득 나타날 때.
창가로 가서
그곳에서 황혼녘 낮 형상들을 보고
작은 사랑 하나 다가오고 있음을
기다려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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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샌드버그(Carl A. Sandburg, 1878-1967) 미국의 시인. 산업사회 속의 도시 노동자의 삶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링컨의 전기를 써서 퓰리쳐상을 받기도 했다. ―「첫 키스는 사과맛이야 2」다산북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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