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올페

공산(空山) 2015. 12. 25. 12:51

 올페
   김종삼
 
 
   햇살이 눈부신
   어느 날 아침
 
   하늘에 닿은 쇠사슬이
   팽팽하였다
 
   올라오라는 것이다.
 
   친구여, 말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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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언뜻 한 장의 성화(聖畵)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시간적 배경은 제1연의‘햇살이 눈부신/어느 날 아침’인데 여기서의‘햇살’과 제2연의‘하늘에 닿은 쇠사슬’이 신비하고 신성한 이미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신화·원형비평에서 본다면 햇살과 쇠사슬은 모두‘상향’의 관념과 결합되고 특히 빛은‘신성’의 상징으로 신이나 성령을 암시하고 쇠사슬은 거기로 갈 수 있는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과연 서정적 자아는‘올라오라는 것이다.’라고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고 전한다.그리고 연을 바꿈으로서 생각의 시간을 마련한 후,그래도 청자인 친구를 부르며 말해 달라고 부탁한다.조언이 필요할 만큼 하늘에 오르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그러나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은 것이 서정적 자아의 본심일 것이다.이 시에 대한 해석이야 다양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시인의 천상지향의 의식을 검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는 김종삼의 시에서 죽음의 노에마를 통하여 천상의 삶을 향하는 노에시스를 읽을 수 있다. - 서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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