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배음(背音)

공산(空山) 2019. 1. 11. 14:33

   배음(背音)

   김종삼(1921~1984)

 

 

   몇 그루의 소나무가

   얕이한 언덕엔

   배가 다니지 않는 바다,

   구름 바다가 언제나 내다 보였다

 

   나비가 걸어오고 있었다

 

   줄여야만 하는 생각들이 다가오는 대낮이 되었다.

   어제의 나를 만나지 않는 날이 계속되었다.

 

   골짜구니 대학건물은

   귀가 먼 늙은 석전(石殿)은

   언제 보아도 말이 없었다.

 

   어느 위치엔

   누가 그런지 모를

   풍경의 배음이 있으므로,

   나는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악기를 가진 아이와

   손쥐고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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