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어두운 등불 아래서 - 오세영

공산(功山) 2025. 2. 7. 17:45

   어두운 등불 아래서

   오세영(1942~)

 

 

   한 겨울 밤

   정갈한 백지 한 장을 앞에 두고 홀로

   네게 편지를 쓴다.

   그러나

   바람이 문풍지를 울리자

   터벅터벅 사막을 건너던 낙타의 고삐 줄이

   한 순간 뚝 끊어져버리듯

   밤바다를 건너던 돛대의 키가 불현듯 꺾여지듯

   무심결에

   툭,

   부러지는 연필심.

   그 몽당연필 하나를 들고

   흔들리는 등불 앞에서 내 마음

   아득하여라.

   내 마음 막막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