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소가 혀로 풀을 감아올릴 때 - 강영란

공산(功山) 2025. 1. 12. 11:49

   소가 혀로 풀을 감아올릴 때

   강영란

 

   수굿하게 고개 숙이고

   상냥한

   콧김

   입김

   땅에게 바싹 절하고

   조심조심 혀로 풀을 감아올린다

   뜯어먹어 미안하고

   상처 냈으니 미안해서

   침을 한번 쓰윽 묻혀준다

   때로 몸의 상처는 침도 약이 되어서

   온 들판에 풀들이 새로 돋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