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꽃다지 - 서대선

공산(功山) 2025. 2. 8. 12:25

   꽃다지

   서대선

 

 

   눈 내린 새벽

 

   남의 집 살러 가는

   열두 살 계집아이

   등 뒤로

 

   눈 속에 묻히는

   작은 발자국

 

   멀리서 대문 닫아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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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다지는 오이나 가지 등에 맨 처음으로 열리는 열매를 이르는 말입니다. 요즘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예전 가난하던 시절에는 입 하나 덜기 위해서 식모살이를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제목인 꽃다지에 암시되어 있듯이 주로 맏딸이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시인은 구구절절 긴 설명을 하는 대신 행간의 여백을 사용해 눈 내린 새벽길로 상징되는 차갑고 어두운 세상으로 나가는 열두 살어린 소녀와 대문 닫아거는 소리로 상징되는 부모와의 단절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형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