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전거를 타고 자주 다니는 길은 집에서 가까운 금호강변과 불로천변 자전거 길이다. 오늘은 그중 불로천변 자전거 길의 불로교 부근에 있는 장애물을 내 손으로 제거하기로 하였다. 그 장애물이라는 것은 평탄한 콘크리트 노면에 여기저기 불거져 있는 시멘트 덩어리인데, 노면 건설 공사를 한 후 나중에 떨어진 시멘트 반죽이 그대로 굳은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시멘트 덩이가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밝은 낮에는 용케 그것을 피해 가면 되지만 어두운 저녁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어도 잘 보이지 않아서 천천히 조심조심 그 구간을 지나가야 했다. 만약에 비가 내려 노면이 젖은 날에 그 불거져 반질반질한 시멘트 덩어리 위로 자전거 바퀴가 지나가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동안 저 장애물을 제거해야겠다고 생각만 하며 차일피일 미루어 오다가 이제야 실행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을 먹은 후 나는 어제 산가에 다녀오면서 챙겨온 정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고 불로교 아래의 자전거 길로 달려갔다. 노면에 덧붙은 시멘트 덩이를 정으로 내리찍어 보았지만 잘 떨어지지 않아서 강돌을 하나 주워와 그것을 망치로 사용하며 정으로 톡톡 쪼니 잘 떨어졌다. 10여 군데에 흩어져 있던 시멘트 덩이를 큰힘 들이지 않고도 깨끗이 깨어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이만저만한 미련퉁이가 아니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가 벌써 4년이 다 되었는데, 벼르기만 하던 숙원사업(?)을 이제야 실행하다니. 진작 했더라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더 편한 길이 됐을 텐데.
내친 김에 나는 구청의 하천관리 팀에도 전화를 했다. 지난 여름 폭우 때 하천이 범람하여 길바닥에까지 떠내려온 쓰레기를 담은 큰 마대 여남은 개가 수 개월째 자전거 길 너비의 절반을 차지하며 방치되고 있어서 그것을 치워달라는 건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구청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며 곧 치우도록 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도 늦게까지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물러가고 불과 며칠 사이에 가을이 깊어진 느낌이다. 나의 자전거는 이 가을과 함께 더욱 신나게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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