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결혼하여 멀리 사는 둘째 아들 부부는 아내와 나의 생일에 축하 케이크나 꽃바구니를 보내 주곤 하였다. 빵을 좋아하는 나는 케이크가 반가웠지만 꽃바구니에 대해선 마냥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 뼘도 안 되는 짧은 길이로 잘려서 물먹은 스펀지(플로럴 폼floral form)에 빽빽이 꽂혀 있는 꽃들을 보면 안쓰럽고 부자연스럽고 답답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사나흘만 지나면 시들어서 한 보따리의 쓰레기가 돼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들 부부에게 앞으론 꽃바구니 같은 건 보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러고 나서 한번은 그 꽃바구니의 장미가 시들기 전에 꽃대가 그중 긴 것 몇 송이를 골라서 꽃은 잘라 버리고 꺾꽂이를 시도해 보았다. 난초 화분에 입자가 고운 적옥토를 채우고, 거기에다 장미 꽃대를 꽂은 다음 물을 가끔 뿌려 주며, 수분의 증발을 막기 위해 투명 비닐 커버를 씌워 베란다에 두었더니 두 포기가 뿌리를 내렸다. 그것을 지난봄에 산가 돌담 앞에다 옮겨 심었었다. 그런데, 한 포기는 새 순을 내며 자라다가 두더지가 뿌리를 들쑤셔 말라 버리고, 한 포기만 살아 남았다. 그것이 얼마 전에 한 송이의 핑크빛 꽃을 피웠다.
나는 이 장미의 품종 이름을 알지 못한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장미들보다 꽃잎의 장수가 많고 길이는 짧아서 빳빳한 느낌을 준다. 맨 바깥의 꽃잎이 접시처럼 조금 더 벌어지는 것도 특징이다. 어느 장미 농가가 비싼 로열티를 부담하며 재배하는 신품종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두더지가 해코지 못하도록 가늘고 곧은 나뭇가지나 대쪽으로 만든 핀을 뿌리 부근의 땅에 잔뜩 박고, 적당히 거름도 주며 잘 키워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부터 산가 마당에서 내가 키우고 있는 빨간 스탠다드(standard) 장미와 함께 오래오래 바라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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