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밥풀 - 이기인

공산(空山) 2023. 12. 7. 13:17

   밥풀

   이기인 (1967~ )

 

 

   오늘 밥풀은 수저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풀은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그릇엔 초저녁 별을 빠뜨린 듯

   먹어도 먹어도 비워지지 않는 환한 밥풀이 하나 있네

   밥을 앞에 놓은 마음이 누룽지처럼 눌러앉네

   떨그럭떨그럭 간장종지만한 슬픔이 울고 또 우네

   수저에 머물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이 저녁의 어둠

   이 저녁의 아픈 모서리에 밥풀이 하나 있네

   눈물처럼 마르고 싶은 밥풀이 하나 있네

   가슴을 문지르다 문지르다 마른 밥풀이 하나 있네

   저 혼자 울다 웅크린 밥풀이 하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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