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
이기인 (1967~ )
오늘 밥풀은 수저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풀은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그릇엔 초저녁 별을 빠뜨린 듯
먹어도 먹어도 비워지지 않는 환한 밥풀이 하나 있네
밥을 앞에 놓은 마음이 누룽지처럼 눌러앉네
떨그럭떨그럭 간장종지만한 슬픔이 울고 또 우네
수저에 머물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이 저녁의 어둠
이 저녁의 아픈 모서리에 밥풀이 하나 있네
눈물처럼 마르고 싶은 밥풀이 하나 있네
가슴을 문지르다 문지르다 마른 밥풀이 하나 있네
저 혼자 울다 웅크린 밥풀이 하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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