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그대에게 - 박두규

공산(空山) 2023. 9. 16. 09:49

   그대에게

   박두규

 

 

   강가를 걸으며 산마루에 떠오르는 초저녁달을 봅니다이 어두워진 저녁 산모롱이 어디쯤에 아직도 빛을 다 여의지 못한 동자꽃이나 물봉선 같은 꽃들이 남아 있겠지요나는 아직 한 번도 빛에 이르지 못한 내 안의 깊은 어둠 속 꽃 한 송이를 떠올려 봅니다세상의 꿈이란 꿈 다 꾸어도 그 꽃 한 송이 이 강가에 살지 못하고오늘도 내 안의 어둠을 서성일 뿐입니다달빛 젖은 하늘에 별들이 촘촘해지면서 나는 아직도 이 어둠을 떠도는 다하지 못한 빛들의 쓸쓸함을 봅니다이제야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숲에 들다애지, 2008.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北 - 이가림  (1) 2023.09.20
밤의 푸가 - 이혜영  (0) 2023.09.19
도굴 - 이덕규  (0) 2023.09.14
K의 부엌 - 천서봉  (0) 2023.09.10
새로운 기쁨 - 유계영  (0) 202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