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폭설 카페 - 전영관

공산(空山) 2023. 8. 2. 08:19

   폭설 카페

   전영관

 

 

   북방으로 떠나기 맞춤인 날이다
 
   눈송이를 헤아리는 당신에게
   탁자에 흥건한 커피 향을 준비하라고 눈짓한다
 
   솔개처럼 날아갈 생각을 했다
 
   활공이란 허공을 미끄러지는 새들의 기법
   눈 내리는 날의 생각들은 위험해도 푹신하다
 
   나의 북방은 안온할 것
 
   발정에 겨운 수컷 순록들이
   뿔 부딪는 소리에 하르르
   자작나무 가지의 설화(雪花)가 쏟아지는 곳
 
   우리의 북방은 분주할 것
 
   어둠 속으로 살금거리는 들짐승들 사이
   어미 여우가 꼬리로 가만가만
   젖먹이들 칭얼거림을 덮어 재우는 곳
 
   당신은 아내여서 북방의 끼니를 예감하는지
   눈빛 자욱하다
 
   눈구경 하느라 창가에 서 있다가
   순록에게 배운 듯 우쭐거리며 자리로 돌아온다
 
   토끼나 쫓다가 도끼마저 잃어버린 나무꾼처럼
   자발없이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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