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와이퍼 - 차성환

공산(空山) 2023. 8. 2. 19:14

   와이퍼

   차성환

 

 

   희곡을 쓰는 사람을 길에서 만났다. 오래전에 그가 해준 찐득한 토마토파스타 냄새가 떠올랐다. 쌍둥이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옆에 쌍둥이가 서 있다. 어딘가를 급히 가는 길이라고 했다. 모두다 어디론가 간다. 악수를 하면서 차시인 언제 보지요, 하지만 언제 볼 생각은 없어 보인다. 서로 안부를 묻고 둘은 서둘러 차에 탔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동시에 탔는데 누가 희곡을 쓰는 사람인지 헷갈렸다. 누가 형인지 동생인지 물어볼 수도 있었는데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 같다. 눈꼬리가 약간 올라간 쪽이 형일 거야. 그는 약간 못되게 생겨먹었으니까. 중얼거리며 한손으로 흔들다가 아쉬운 마음에 다른 손도 번쩍 들어 똑같은 속도로 안녕, 하고 흔들었다.

 

 

   ― 『딩아돌하, 202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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