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편지를 찢다
노태맹(1962~ )
어떤 사랑도 오래 머물지 못했네
푸른 칼은 녹슬어 붉게 부스러지고
검은 팽나무 아래
내 젖은 손은 그대가 빠져나간 둥근
흔적의 가장자리만 더듬네
마을은 비어 있고
탱자나무 가시 울울한 내 마음의 자리엔
어떤 사랑도 오래 머물지 못했네
검은 팽나무 아래
내 젖은 편지를 찢네 오
내 검게 번져 읽을 수 없는 나날들을 찢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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