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물원을 위하여·3
―고라니 울음
신참인 저 고라니는 별난 부적응자인가
저녁이면 속엣것을 전부 토해 내며
제 인후부를 마구 긁어 대는 울음을 운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서 비명처럼 저리 운다고 한다
고라니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제 분수엔 턱도 없을 꿈이지만
멧돼지가 되려는 것보다는 더 그럴듯한 꿈인 건 분명하다
꿈이란 게 그런 것일지도 모르니까
지도부에게 저 울음은 꽤 거슬리는 것일 터
그 울음은 제 안의 짐승을
모두 토해 내 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첩보에 따라
신속한 중단 조처에 처해졌고
울음은 조금 더 처절하게 며칠 이어지다 말았다
잘 운다고 고라니가 표범이나 사람이 되진 않을 텐데
이 동물원에선 그런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편 갈라 물어뜯는 것이 사람의 것인 동물원에서라면
사람의 말이 짐승의 소리로 넘쳐 나는 이 동물원에서라면
짐승들이 서로 물어뜯지 않고
그저 잘 울기만 하면
사람이 되지 말라는 법 없겠다 싶기도 했다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웹진_콤마》 2023-04-07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애하는 언니 - 김희준 (0) | 2023.06.25 |
---|---|
제페토의 숲 - 김희준 (0) | 2023.06.25 |
백일홍 편지 - 배재경 (0) | 2023.06.16 |
숲을 바라보며 - 이수익 (0) | 2023.06.16 |
유기동물 보호소 - 김명기 (0) | 2023.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