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흰 웃음소리 - 이상국

공산(空山) 2022. 8. 15. 17:37

   흰 웃음소리

   이상국

 

 

   내가 한철

   인제隣蹄 북천

   조용한 마을에 살며

   한 사미승沙彌僧을 알고 지냈는데

   어느 해 누군가 슬피 울어도 환한 유월

   그 사미는 뽕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고

   동네 처자는 치마폭에다 그걸 받는 걸 보았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바람이 다 집어먹고

   흰 웃음소리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북천 물소리가 싣고 가다가

   돌맹이처럼 뒤돌아보고는 했다

 

   아무 하늘에서나 햇구름이 피고

   살다가 헤어지기도 좋은 날이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온몸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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