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정한아
잉크가 마르는 동안 나는 사랑했네
부끄럼 없이 꺾은 꽃봉오리 한 채의 수줍음과
그 千의 얼굴을
한 꽃의 일평생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설임
열 길 물속
다 들켜버린 마음
나 사랑하는 동안 시들고 비틀린
열매 없는 창백한 입술들이여
똑같은 꽃은
두 번 다시 피지 않는 것을;
이 모든 것은 헛되고 헛되었으나
세상은 언제나 완전했네
―『울프 노트』문학과지성사, 2018.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유감 2 - 정한아 (0) | 2022.07.08 |
---|---|
첫사랑 - 정한아 (0) | 2022.07.02 |
잔도(棧道) - 문신 (0) | 2022.06.14 |
화양연화(花樣年華) - 권규미 (0) | 2022.06.12 |
열쇠 전망대 - 김태수 (0) | 2022.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