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정한아
한밤의 어둔 소나기가 몰고 오는
증폭된 침묵
한 방울의 죽음도 비참하지 않은
삶의 날카로운 틈에 죽음을
책갈피처럼 끼워 넣고 너는
그 페이지의 여백에 이상한 메모를 남겼다;
느닷없는 진담과
심혈을 기울인 농담
계산되지 않은 서사 구조
지리멸렬한 반전의 연속
갑작스러운 암시, 그러나
이 모든 엉성함을 뛰어넘는
후회없이 깊은 폐광으로 떠난 잠수부의
위험한 영광에 찬 단 한 번의 모험
오랫동안 속으로 타오른 우리는
빛나는 한 덩어리의 광물이 되었으니
끝까지
더 끝까지
가장 뜨거운 별은 푸른 별
거기에 닿으면 재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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