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첫사랑 - 정한아

공산(空山) 2022. 7. 2. 20:42

   첫사랑

   정한아

 

 

   한밤의 어둔 소나기가 몰고 오는

   증폭된 침묵

   한 방울의 죽음도 비참하지 않은

 

   삶의 날카로운 틈에 죽음을

   책갈피처럼 끼워 넣고 너는

   그 페이지의 여백에 이상한 메모를 남겼다;

 

   느닷없는 진담과

   심혈을 기울인 농담

   계산되지 않은 서사 구조

   지리멸렬한 반전의 연속

   갑작스러운 암시, 그러나

 

   이 모든 엉성함을 뛰어넘는

   후회없이 깊은 폐광으로 떠난 잠수부의

   위험한 영광에 찬 단 한 번의 모험

 

   오랫동안 속으로 타오른 우리는

   빛나는 한 덩어리의 광물이 되었으니

 

   끝까지

   더 끝까지

 

   가장 뜨거운 별은 푸른 별

   거기에 닿으면 재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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