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수국 - 정한아

공산(空山) 2022. 7. 2. 20:26

   수국

   정한아

 

 

   잉크가 마르는 동안 나는 사랑했네

   부끄럼 없이 꺾은 꽃봉오리 한 채의 수줍음과

   그 千의 얼굴을

   한 꽃의 일평생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설임

   열 길 물속

   다 들켜버린 마음

   나 사랑하는 동안 시들고 비틀린

   열매 없는 창백한 입술들이여

   똑같은 꽃은 

   두 번 다시 피지 않는 것을;

 

   이 모든 것은 헛되고 헛되었으나

   세상은 언제나 완전했네

 

 

  ―『울프 노트』문학과지성사, 2018.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유감 2 - 정한아  (0) 2022.07.08
첫사랑 - 정한아  (0) 2022.07.02
잔도(棧道) - 문신  (0) 2022.06.14
화양연화(花樣年華) - 권규미  (0) 2022.06.12
열쇠 전망대 - 김태수  (0) 2022.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