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내 아름다운 녹 - 장옥관

공산(空山) 2022. 5. 8. 19:53

   내 아름다운 녹

   장옥관

 

 

   녹을 온몸에 받아들이는 종을 보았다

   암세포 서서히 번지는 제 몸을 지켜보는 환자처럼

 

   녹은 아름다웠다

   움켜쥐면 바스락 흩어지는 버즘나무 가을은 저 홀로 깊이 물들었다

 

   나는 지금 녹물 든 사람

 

   링거 수액 스며드는 혈관 속 무수한 계절은 피어나고

   거품처럼 파꽃이 피고

   박새가 부리 비비는 산수유 가지에 노란 부스럼이 돋아나고

 

   두꺼운 커튼 드리운 병실 바깥의 고궁

   처마에 매달린 덩그렁 당그랑

 

   쉰 목소리

 

   파르라니 실핏줄 돋은 어스름 속으로

   누가 애 터지게 누군갈 부르나니, 그 종소리.

 

 

   ―『문학청춘,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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