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름다운 녹
장옥관
녹을 온몸에 받아들이는 종을 보았다
암세포 서서히 번지는 제 몸을 지켜보는 환자처럼
녹은 아름다웠다
움켜쥐면 바스락 흩어지는 버즘나무 가을은 저 홀로 깊이 물들었다
나는 지금 녹물 든 사람
링거 수액 스며드는 혈관 속 무수한 계절은 피어나고
거품처럼 파꽃이 피고
박새가 부리 비비는 산수유 가지에 노란 부스럼이 돋아나고
두꺼운 커튼 드리운 병실 바깥의 고궁
처마에 매달린 덩그렁 당그랑
쉰 목소리
파르라니 실핏줄 돋은 어스름 속으로
누가 애 터지게 누군갈 부르나니, 그 종소리.
―『문학청춘』, 2022,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