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곡우 - 정우영

공산(空山) 2022. 4. 21. 18:12

   곡우

   정우영(1960~ )

 

 

   봄비 그치자 아침 이내
   포근포근 산자락을 감아돈다.
   느른하고 불안하다.
   이런 날이면 천산 누옥(漏屋)의 우리 어머니,
   육탈의 가벼운 몸 또 근질근질하실 게다.
   천명(天命)도 아랑곳없이 떨쳐 일어나
   요정처럼 날래게 묵정밭을 일구실 게다.
   어허, 저기.
   천산에서 뜯어 흩뿌리는 모정(母情)
   무지개 되어 훨훨 땅바닥에 날아내린다.
   눈이 부셔 차마 바라볼 수가 없다.
   너무 환해서 비릿한 눈물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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