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그리운 안니 . 로 . 리

공산(空山) 2015. 12. 9. 16:51

   그리운 안니 . 로 . 리

   김종삼

 

 

   나는 그동안 배꼽에

   솔방울도 돋아

   보았고

 

   머리 위로는 몹쓸 버섯도 돋아

   보았습니다. 그러다가는

   <맥웰>이라는

   老醫의 음성이

 

   자꾸만

   넓은 푸름을 지나

   머언 언덕가에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오늘은

   이만치 하면 좋으리마치

   리봉을 단 아이들이 놀고 있음을 봅니다

 

   그리고는

   얕은

   파아란

   페인트 울타리가 보입니다

 

   그런데

   한 아이는

   처마밑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고

   짜증을 내고 있는데

 

   그 아이는

   얼마 못 가서 죽을 아이라고

 

   푸름을 지나 언덕가에

   떠오르던

   음성이 이야기ㄹ 하였읍니다

   그리운

   안니 . 로 . 리라고 이야기ㄹ

   하였읍니다.

 

 

김종삼 시인(1921~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