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어제는 섣달 스무날, 아내의 생일이었다. 울주의 김교수와 함께 세 식구가 정자항에 가서 점심으로 김교수가 사 주는 대게와 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다. 한 마리에 15만원씩이나 하는 대게 두 마리와 덤으로 주는 새끼 대게 한 마리를 세 사람이 먹으니 배가 불렀다. 식당에서 나와선 고래 조형물이 있는 방파제 길을 산책도 하였다. 붉고 흰 두 마리의 고래 중에서 우리가 걸은 곳은 붉은 고래가 있는 왼쪽 방파제였다. 산책을 하면서 물미역을 좀 사고, 오랜만에 엿도 사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맛을 보았다. 전에도 한 번 이곳에 세 식구가 왔다가 돌아가면서 '반구대 암각화'를 둘러본 적이 있었는데, 그게 벌써 만 3년 전의 일이다. 어제는 돌아오는 길에 김교수의 연구실에 잠깐 들러서 차를 마시고, 울산역 앞의 그의 아파트에 들러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가, 아내와 나는 고속도로를 타고 저녁 일곱 시쯤에 봉무동으로 돌아왔다.
아내의 이번 생일에 얽힌 이야기가 더 있다. 지난 17일에는 아내와 내가 상경하여 남양주의 김원장 부부를 만났다. 얼마 전에 결혼한 김원장 부부가 아내의 생일을 처음 맞이하여 대구에 내려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신혼 살림도 둘러볼 겸 아내와 내가 남양주에 가기로 했던 것이다. 때마침 그날은 내가 병원에 가서 약을 타야 하는 날이어서 아침 일찍 차를 몰고 서울로 갔다. 이날은 또 이종 동생 순연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이 병원에서 첫 항암주사를 맞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주사를 맞는 동안 기다려 함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고, 그녀는 부근의 요양원으로 돌아갔다. 내가 3년 전에 겪은 일을 그녀는 이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 나올 때쯤에는 눈이 제법 내리기도 했는데, 김원장네가 예약해 둔 한강 강변의 정원이 넓은 한식 식당에서 네 식구가 만나 저녁을 먹은 후, 남양주의 아파트로가서 새 며느리기 준비한 케이크를 자르며 조촐한 생일파티를 하였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김원장과 함께 아파트를 나온 아내와 나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동해안쪽으로 가서 일박하고 대구로 돌아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어젯밤에 내린 눈과 추위로 노면이 언 곳이 많아서 도중에 포기하고, 방향을 바꾸어 춘천-홍천-횡성-원주-충주-문경을 거쳐 오후 한 시쯤에 상주에 이르렀다. 상주엔 나보다 열 살 위인 사촌 선이 누나가 살고 있는데, 미리 전화를 하여 집 앞에서 만나 부근의 식육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상주에 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누나를 여기서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이제는 술도 끊었고 건강해 보였다. 누나는 예전에 대구 근교인 달성군에서 어렵게 살면서도 나를 포함한 사촌들을 불러 맛있는 요리도 해 준 적이 있었는데, 자형은 술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일찍 돌아가시고 말았다. 누나는 임대료가 저렴하면서도 환경이 쾌적한 공영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착한 며느리와 아들 부부도 농사를 지으며 산다고 했다. 식당에서 나온 우리는 '경천대'와 낙동강변을 드라이브한 후에 누나의 아파트 앞에서 헤어졌다. 헤어질 때 아내는 누나에게 맛있는 것 사 드시라고 용돈도 조금 드렸는데, 나는 아내가 고맙다고 생각했다.
상주를 떠나기 전에 나는 다시 구미에 사는 친구 성구에게 전화를 했고, 그의 집앞에서 만난 우리 두 부부는 차편으로 이동하여 아구찜으로 저녁을 먹었다. 지난번 아들 결혼식때 대구까지 와서 축하를 해 주고 간 고마움에 대한 답례인 셈이었다. 이로써 남양주에서 나설 때 새 며느리가 생일 축하금 겸 여비로 준 삼십 만원은 다 쓴 셈이었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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