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동부도서관 시 회원 소풍

공산(空山) 2021. 12. 10. 22:03

어제는 동부도서관의 시 공부 프로그램(김상환 시인의 '삶이 시가 되다' 강의) 가을학기가 끝난 기념으로 팔공산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그런데 회원들이 정한 소풍의 집결 장소가 딴 데가 아니라 팔공산에 있는 나의 산가였다. 나는 아침 일찍 미리 산가에 도착하여 손님 맞을 준비를 하였고, 12명의 손님들은 3대의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아침나절에 산가로 모였다.

 

확산 추세에 있는 코로나가 늘 걱정이었다. 참석자들은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거실에 앉아 군고구마와 과일 등의 간식을 먹으며 먼저 나의 트럼펫 연주를 들었다. 내가 환영의 의미로 연주한 노래는 '매기의 추억', '허공', '바위섬' 등 세 곡이었다. 그 다음 순서로 참석자들은 자작시를 한 편씩 번갈아 낭송했다. 이어서 김상환 시인의 짧은 문학 강의를 들은 다음 집을 나서서 뒷산 계곡으로 향했다.

 

내가 안내한 계곡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여 한적한 '보랑골' 입구쪽이었다. 울창한 천연림 아래 졸졸 흐르는 맑은 개울물을 보고 일행은 탄성을 질렀다. 다만 오솔길 옆으로 얕은 낭떠러지가 있는 곳이 많아서, 고소공포증을 가진 한 선배님은 산행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두 회원의 부축을 받으며 도중에 하산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 증세가 있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길이 평탄한 다른 계곡을 안내했을 텐데,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었다. 다른 분들은 작은 폭포가 있는 바위 위에서 잠시 쉬며 사진을 찍고 하산했다. 그리고 팔공산케이블카 앞에서 고향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안내하여 점심으로 칼국수를 대접하고 오늘의 소풍을 마무리했다.

 

창고나 다름없이 누추한 빈집을 며칠 전에 와서 청소하고, 새벽부터 아내와 함께 고구마를 굽기도 하며 손님맞이 준비에 나름대로 바빴지만, 특별한 하루를 그런대로 잘 넘기게 되어 다행이었다. 이 또한 훗날엔 즐거운 추억이 되리라 생각하며 나는 혼자 산가로 돌아가 대강 뒷정리를 하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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