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의 사소한 역사
이재훈
누군가를 섬긴 적이 없습니다.
꿈은 늘 꾸지만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땅을 내려다보지 않습니다.
일 분 일 초의 생존만이 철학입니다.
기도하는 집이 없습니다.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바쁩니다.
죽음 앞에서 사랑이 무슨 소용일까요.
친구는 무엇일까요.
명예와 구걸은 같은 말이라는 걸
결국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존재로 남겠죠.
늘 팔을 축 늘어뜨리고 웁니다.
먼저 울고 먼저 머리를 흔들고 먼저 죽습니다.
비바람은 늘 이기적이죠.
예기치 않게 찾아와서 계절을 얘기해줍니다.
옛 친구에게 소식이 왔습니다.
찬바람 때문입니다.
서늘한 저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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