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園丁

공산(空山) 2015. 12. 9. 13:15

   園丁

   김종삼

 

 

   평과()나무 소독이 있어

   모기새끼가 드물다는 몇 날 후인

   어느 날이 되었다.

 

   며칠 만에 한 번만이라도 어진

   말솜씨였던 그인데

   오늘은 몇 번째나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된다는 길을 기어이 가리켜주고야 마는 것이다.

 

   아직 이쪽에는 열리지 않은 과수밭

   사이인

   수무나무 가시 울타리

   길줄기를 벗어나

   그이가 말한 대로 얼만가를 더 갔다.

 

   구름 덩어리 얕은 언저리

   식물이 풍기어오는

   유리 온실이 있는

   언덕 쪽을 향하여 갔다.

 

   안쪽과 주위(周圍)라면 아무런

   기척이 없고 무변(無邊)하였다.

   안쪽 흙바닥에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의 언저리와 뿌롱드 빛깔의 과실들이

   평탄하게 가득 차 있었다.

 

   몇 개째를 집어보아도 놓였던 자리가

   썩어 있지 않으면 벌레가 먹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것도 집기만 하면 썩어갔다.

 

   거기를 지킨다는 사람이 들어와

   내가 하려던 말을 빼앗듯이 말했다.

 

   당신 아닌 사람이 집으면 그럴 리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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