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바위가 있는 텃밭 - 김상동

공산(空山) 2021. 6. 22. 21:04

   바위가 있는 텃밭

   김상동

 

 

   여기서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날마다 만난다

   부모님 땀이 밴 흙에 나의 땀을 섞는다

   입구엔 기념비처럼 키 큰 바위가 서 있는데 거기엔

   십 년 전 이 바위를 내가 일으켜 세울 때

   대견해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서려 있다

   글자를 새겨 넣으라는 말들이 있으나

   그건 바위에게 미안해서 안 될 일이다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새참을 먹는 평상이나 나팔을 부는 무대가 되는

   주목과 갈매나무로 둘러싸인 반석도 있다

   이 주목의 본적이 어딘지 나는 알 수 없지만

   갈매나무는 백석 시인의 그 갈매나무다

   텃밭에는 낙타바위도 하나 덩그러니 서 있는데

   여차하면 이랴!’ 하고 훌쩍 걸터앉아

   일망무제의 전망을 건너 아라비아까지도 갈 수 있다

   그 낙타는 단봉이기 때문이다

   어떤가? 이만하면 여기서

   새와 산짐승들을 달래어 함께 공부하면서

   친환경  몇 이랑쯤은 가꾸어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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