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있는 텃밭
김상동
여기서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날마다 만난다
부모님 땀이 밴 흙에 나의 땀을 섞는다
입구엔 기념비처럼 키 큰 바위가 서 있는데 거기엔
십 년 전 이 바위를 내가 일으켜 세울 때
대견해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서려 있다
글자를 새겨 넣으라는 말들이 있으나
그건 바위에게 미안해서 안 될 일이다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새참을 먹는 평상이나 나팔을 부는 무대가 되는
주목과 갈매나무로 둘러싸인 반석도 있다
이 주목의 본적이 어딘지 나는 알 수 없지만
갈매나무는 백석 시인의 그 갈매나무다
텃밭에는 낙타바위도 하나 덩그러니 서 있는데
여차하면 ‘이랴!’ 하고 훌쩍 걸터앉아
일망무제의 전망을 건너 아라비아까지도 갈 수 있다
그 낙타는 단봉이기 때문이다
어떤가? 이만하면 여기서
새와 산짐승들을 달래어 함께 공부하면서
친환경 시詩 몇 이랑쯤은 가꾸어도 되지 않겠는가?
'내가 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지破紙 - 김상동 (0) | 2021.06.29 |
---|---|
옛 나무들을 회상함 - 김상동 (0) | 2021.06.25 |
이렇게라도 - 김상동 (0) | 2021.06.20 |
섬진강 칼국수 집 - 김상동 (0) | 2021.06.19 |
연못 파기 (0) | 2021.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