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칼국수 집
김상동
성서공단 끝없는 공장들 틈엔
점심시간처럼 숨통 터주는 섬이 있다
섬진강 칼국수 집
공장 사람들 바쁜 일손 놓고 뛰쳐나와
칼국수 국물 후룩후룩 마시는 곳
이 함바집 마당에
난데없이 무성한 갈대들,
불도저에 뿌리 뽑히고
물밀듯 메워 오던 콘크리트 바닥에 쫓기다가
한 터전 잡고 살아가는 것이리라
소꿉동무 인식이를 만나 국수 먹다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성한 갈꽃들 사이로
옆구리를 덩그러니 드러낸 채
낡은 햇살을 받고 있는 목선 한 척
우리는 물 없는 갈밭으로 들어가
노 젓고 싶어졌다 더는 갈데없는 갈대들과
날개 잊은 쇠오리들을 싣고
굴뚝만큼 높이 둥실둥실 세상 밖으로
아니,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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