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섬진강 칼국수 집 - 김상동

공산(功山) 2021. 6. 19. 06:48

   섬진강 칼국수 집

   김상동

 

 

   성서공단 끝없는 공장들 틈엔

   점심시간처럼 숨통 터주는 섬이 있다

   섬진강 칼국수 집

   공장 사람들 바쁜 일손 놓고 뛰쳐나와

   칼국수 국물 후룩후룩 마시는 곳

 

   이 함바집 마당에

   난데없이 무성한 갈대들,

   불도저에 뿌리 뽑히고

   물밀듯 메워 오던 콘크리트 바닥에 쫓기다가

   한 터전 잡고 살아가는 것이리라

 

   소꿉동무 인식이를 만나 국수 먹다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성한 갈꽃들 사이로

   옆구리를 덩그러니 드러낸 채

   낡은 햇살을 받고 있는 목선 한 척

 

   우리는 물 없는 갈밭으로 들어가

   노 젓고 싶어졌다 더는 갈데없는 갈대들과

   날개 잊은 쇠오리들을 싣고

   굴뚝만큼 높이 둥실둥실 세상 밖으로

   아니, 세상 속으로

 

 

2024. 12. 7. 불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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