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이렇게라도 - 김상동

공산(空山) 2021. 6. 20. 21:48

   이렇게라도

   김상동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상봉하는 영상을 지켜본 지난밤, 나는 꿈속에서 엄마를 만났다 집 앞 텃밭에서였는데 엄마는 수확한 콩을 키로 깨끗이 까불러서 봉지에 무겁게 담아 나더러 들고 가자고 하셨다

 

   집으로 가자, 저기 있는 내 모자도 챙기거라

   엄마, 내가 퇴직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왜 그리 일찍 가셨어요?

   …

   여기서 이렇게라도(꿈속에서라도) 사는 것이 좋지요?

   그라마(그럼)

   엄마, 이렇게라도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삽시다

   오냐

 

   마당에 들어서니 아버지도 와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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