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아카시아꽃 튀김

공산(空山) 2021. 5. 13. 19:41

텃밭 옆 길가에 흐드러진 아카시아꽃을 한 아름 꺾어서 아내에게 건네 주었다. 아내는 살아오면서 그렇게 향기로운 꽃을 많이 받아 보긴 처음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아내에게 꽃 한 송이 사다 준 적이 없다. 그래서 더욱 미안하지만, 나는 그것을 선물로 아내에게 꺾어 준 것이 아니었다. 꼬투리째 꽃을 따서 튀김을 해 먹기 위해서였다. 

 

아카시아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불과 몇 년 전이었다. 텔레비전에서 튀김을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해서 처음 먹어 본 것이 이제 연례행사가 되었다. 그냥 지나치기엔 섭섭해서 올해도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갓 피어난 꽃을 따서 아내와 나는 튀김을 해서 먹었다. 은은한 향기와 달콤함과 고소함, 질기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식감은 우리의 입맛을 당기기에 충분했다. 

 

먹으면서 나는 또 엄마 생각을 했다. 비가 내려서 다른 들일을 못하시는 날이면 어린 아들과 함께 도롱이나 비닐 우의를 뒤집어쓰고 양동이 들고 산 너머 다랑논 옆 웅덩이로 미꾸라지를 잡으러 가거나, 집 안에서 콩을 볶아 주시곤 했었는데, 그 옛날에도 아카시아꽃 튀김을 알았더라면 오늘처럼 비가 오든 오지 않든 그 싱그러운 꽃을 한 아름 꺾어 엄마에게 갖다 드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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