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아내

공산(空山) 2021. 5. 1. 22:36

내가 몇 달 전부터 자전거를 타 보니까 생활이 한결 신선해지고 체력단련에도 더없이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혼자만 자전거를 탈 것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 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권유했지만 겁이 많은 아내는 걷기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싫다고 했다. 그러던 아내가 나의 반복된 권유에 못이겨 며칠 전부터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있다. 물론 강사는 나다.  

 

우선 연습용 자전거가 필요했으므로 불로천변에 있는 자전거방으로 갔었다. 거기엔 헌 자전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주인 영감님은 그것들을 늘 수리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전거를 대여는 하지 않는다고 해서 3만원짜리를 한 대 샀다. 연습용이라고 하니까 영감님은 양쪽에 보조바퀴를 달아 주셨다.

 

연습은 쉽지 않았다. 사흘째인데 아내는 아직 두 발을 페달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나는 중학교 적에 학교 운동장에서 급우의 자전거로 한 시간도 안 되어 균형을 잡고 페달을 밟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내의 저 더딤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겁과 나이 탓일 것이다. 금호강변 자전거길에서 연습하다가 어제는 더 넓고 안전한 부근의 공원 광장으로 옮겼다. 균형잡기에 방해가 되는 보조바퀴를 빼 버렸다. 보조바퀴에 의존하다 보니까 자세가 오히려 한쪽으로 기울어지기만 했던 것이다. 유투브의 영상을 참조하여, 안장 위에 앉은 채로 두 발로 걸으며 균형잡는 연습을 했다. 그 방법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것 같았다. 어제의 연습이 무리였는지 아내는 팔다리와 엉덩이가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연습을 중단하고 텃밭에 다녀왔다.

 

우리 부부의 소식을 듣고 뒷집 부부도 처음부터 합류를 해서 함께 연습을 하고 있다. 두 여인들이 한결같이 더디기는 하지만 몇 주 지나면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게 될 것이고, 앞으로 그들의 삶도 그만큼 업그레이드될 것은 분명하다.

 

(이 날로부터 이틀의 연습일을 더 지나자 두 여인들은 드디어 페달에 두 발을 올리고 탈 수 있게 되었다.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그 모습이 꼭 깃털이 거의 다 자라 날기 시작한 새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달에 두 발을 올린 것을 축하하여 네 사람은 함께 막국수 저녁을 먹었다.) 

 

 

 

 

2021. 5. 22. 불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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